역대급 엔저와 기업
최근 원엔 환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1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다는데요. 이에 엔화 예금 가입자가 느는 한편, 엔화 환전 증가, 일본 여행객 증가, 그리고 일본 주식 투자까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기업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똑같은 물건을 같은 수량을 판매하더라도 환율에 따라 기업의 영업성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전회사가 TV를 판매하는 데 원엔 환율이 1,000(100엔 당 원화환율 1,000원) 일 때 일본에 100만원(10만엔)인 TV를 100대 수출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로 인한 매출은 1억 원(1,000만 엔)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환율이 떨어져서 원엔 환율이 900(100엔 당 원화환율 900원) 일 때 같은 TV를 100대 수출하여 판매가 모두 되었다면, 매출은 9,000만 원(900만 엔)이 됩니다. 즉, 똑같은 대수의 TV를 판매하더라도 환율에 따라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표시통화와 기능통화
기업은 그럼 어떤 통화를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할까요? 국내와 국외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각 국의 통화로 영업활동을 하게 됩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원화, 엔화, 달러로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를 각 국가별로 표기하면 총 매출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재무제표 상에 한 가지 통화로 통일하여 작성합니다. 이 통화를 "표시통화"라고 합니다.
표시통화 (Presentation Currency):
표시통화는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외부에 공개할 때 사용되는 통화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국의 통화를 표시통화로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기업이라면 달러(USD)가 표시통화가 될 것입니다. 재무제표의 모든 금액은 표시통화로 표시되며,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재무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런데 국내에 있는 기업이지만 주로 해외 수출입만 하는 곳이라 거래가 달러로만 이루어지는 기업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이 경우, 달러는 "기능통화"라고 합니다. 재화와 용역 공급가격, 재료원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가 기능통화로 결정됩니다.
기능통화 (Functional Currency):
기능통화는 기업이 실제 영업활동과 회계처리에 사용하는 통화를 의미합니다. 기업이 다양한 국가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각 국가의 자회사마다 기능통화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기능통화는 주로 기업의 주요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국가의 통화로 선택됩니다.
기능통화와 표시통화가 같은 경우에는 통화환산에 관련된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지만, 다를 경우 통화환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통화환산은 각 국가의 기능통화를 표시통화로 변환하는 과정을 말하며, 이는 외환환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통화의 차이로 외화환산 손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미국에서 영업을 하고, 기능통화가 원화(KRW)이고 표시통화가 달러(USD)인 경우, 원화로 기록된 자회사의 재무정보를 달러로 변환할 때 환율 변동에 의한 손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외화환산손익과 외화차손익
기능통화를 표시통화로 환산하는 경우, 재무상태표에는 해당 보고기간말의 마감환율을 적용하며, 손익계산서에는 해당 거래일의 환율이나 평균환율을 적용합니다.이렇 듯 기업이 다른 통화로 기록된 재무정보를 자국 통화로 변환할 때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발생하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바로 외화환산속익과 외화차손익입니다. 용어가 비슷하여 헷갈릴 수 있지만 이 둘은 각각의 의미와 발생 시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외화환산손익 (Foreign Currency Translation Gain/Loss):
외화환산손익은 다른 통화로 기록된 자회사의 재무정보를 통합된 재무제표에서 표시통화(자국 통화)로 변환할 때 발생하는 손익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자회사의 기능통화와 표시통화가 다를 때, 통합 재무제표에서는 이러한 통화환산에 따른 손익이 나타납니다. 이 손익은 자회사의 자산, 부채,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데, 주로 연결재무제표 작성 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A는 한국에서 본사를 두고, 자회사 B는 유럽에서 운영 중입니다.
자회사 B는 유로(€)를 기능통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는 한국 원화를 표시통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간 종료 시점(회계보고기간말)에 자회사 B의 재무정보를 통합재무제표에 반영할 때, 유로에서 원화로의 환율 변동이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로 인해 자회사 B의 자산, 부채, 손익이 원화로 환산될 때 발생하는 차이를 외화환산손익이라고 합니다. 이는 보고기간말의 환율로 평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으로 미실현손익입니다.
외화차손익 (Foreign Exchange Loss):
외화차손익은 특정 자산이나 부채의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을 의미합니다. 이는 자회사의 자산이나 부채가 기능통화와 표시통화 간의 환율 변동에 노출되어 있을 때 발생합니다.
자회사 B는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유로로 기록된 자산이나 부채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특정 자산(예: 유로로 기록된 채권)이 연간 동안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가정합니다. 이로 인해 해당 자산의 가치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손익을 외화차손익이라고 합니다. 자산이나 부채를 상환하거나 받을 때의 환율차이이므로 이는 실현손익이라는 점에서 외화환산손익과 차이가 있습니다.
요약하면, 외화환산손익은 자회사의 재무정보를 통합재무제표에 반영할 때 발생하는 손익을 나타내고, 외화차손익은 특정 자산이나 부채의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표시통화와 기능통화를 정확히 구분하고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금융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외환환산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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